너의 삶으로 평안히 (2)
막 7:29~30
2024.07.05.
지난주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이 수로보니게 여인의 믿음과 마음을 보시고 그의 딸을 고쳐주신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예수님은 이 여인을 축복하시고 그의 삶으로 평안히 돌려보내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씀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왜 돌려보내시지? 나를 따르라 하시지 않고 왜 돌려보내실까?’
그렇죠? 예수님은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적극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열두 제자를 비롯하여, 부자 청년에게도 그러셨고, 아버지를 장사한 후에 따르겠다고 한 사람에게도 ‘죽은 자들로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를 장사 하는 것보다 지금 나를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께서 이상하게도 오늘 이 여인에게는 ‘너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복음서를 보면 의외로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돌려보내시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데가볼리의 군대 귀신 들렸다가 온전해진 자도 돌려보내셨고, 우물가의 여인도 돌려보내셨고, 소경 바디매오도 돌려보내셨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맹인이 이르되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시니, 그가 곧 보게 되어 예수를 길에서 따르니라.” 예, 바디매오의 경우 예수님께서 가라 하셨는데 자꾸 예수님의 뒤를 쫓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균형적인 시각으로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라’라고만 하신 것이 아니고 ‘돌아가라’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즉 직접적인 제자가 될 사람에겐 따르라고 하셨지만, 은혜 받고 치유 받고 새 삶 얻은 많은 사람에겐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라 하신 것입니다. 돌아가서 자신의 삶에서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믿는 신자들 중에 예수 믿고 은혜 받은 후 예수님을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도나 교회 일에 헌신하기도 하고, 신학교에 가서 전임사역자가 되기도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것이 예수님께 보답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와 같은 일을 자발적인 헌신으로 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러나 어떤 분들은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예수님의 뜻이라고 믿어서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한 믿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목회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목회자들은 사람이 하나님께 은혜를 받으면 하나님을 위해 뭔가 헌신을 하고 따라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물론 그것은 좋은 의미로 그렇게 신앙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혹 잘못되면 그것이 사람을 교회와 신앙이라는 좁은 의미 속에 매이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제자도는 교회와 신앙이라는 좁은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넓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전에 제가 요한계시록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는 한 교회의 설교를 많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교회의 말씀과 설교를 접하면서, 제가 그런 느낌을 전체적으로 받았습니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지 않고 강하게 안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그 말세의 말씀을 들어야 신앙이 살아나고 그 모임에 참석해야 온전한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교회의 요한계시록의 해석이 얼마나 옳은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그런 힘과 방향성과 목적이 오늘 본문의 예수님의 모습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교회만이 아니라 대체로 일반 교회 가운데에서도 그런 식의 사역과 목회가 이루어지는 곳이 많습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한국교회 어느 목사님이 한 교회 언론과 이렇게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자신이 한 때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서, 한 달 정도 제주도에서 안식월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때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아침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예수님과 실제로 살아보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하루 종일 예수님 생각만 하고 지냈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어떤 마음을 주시면 그 일을 하고, 그런 것이 없으면 책이나 성경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을 보내면서 주님과의 관계에서 눈이 확 떠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거구나, 이것이 목회이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이구나... 예수님과의 동행 이것이 가장 중요하구나.’
그래서 이분이 이것을 크게 깨닫고 교회에 돌아와서 그것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내용을 설교하고 강의하고 또 교인들에게 주님과 동행하는 영성 일기를 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 자기 교회에 큰 변화가 있게 되었다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내용을 읽다가 여러 가지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주님과의 동행을 그렇게 직접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런 식의 주님과의 동행은 일상의 바쁜 삶을 사는 사람에겐 거의 어려운 일입니다. 며칠 기도원 같은 곳에서는 가능해도,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그렇게 생활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매일 주님 생각을 하다가는, 솔직히 정신적으로 ‘노이로제’가 옵니다. 그래서 주님과 그렇게 동행하라는 말씀은 뭔가 영적으로 대단하고 멋진 말씀 같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영성 일기 쓰기 운동도 얼마 못 갔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그런 식으로 주님과 동행하면 그것은 주님과 좋은 의미의 동행이 아닌, 안 좋은 의미의 동행이 됩니다.
내가 오늘 하루를 내 계획 속에 자유롭게 사는 것이 내 삶입니다. 예수님께 일일이 물어보고 신경 쓰고 의식하는 것은 인격적인 존재의 자기 삶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부모도 그런 자녀를 원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자녀가 부모의 사랑과 뜻을 잘 받아서 자기의 삶을 잘 사는 것이 부모의 뜻입니다. 매일 자기 곁에서 자기 의식하면서 눈치나 보는 자식이 있다면 부모님의 마음은 괴로울 것입니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그분 뜻대로 믿음으로 잘 사는 것이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그렇게 새롭게 깨달으셨다는 것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세 번째는 결국 그것은 신자들을 구속하는 목회가 됩니다.
그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루 종일 예수님과 함께 하세요, 순간순간 나는 죽고 내 안에서 예수님이 사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영성 일기를 매일 써보세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너무 비판적인지 모르겠지만, 죄송하게도 제가 보기에 이것은 구속입니다. 사실 교회는 이런 식으로 가르칠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님과의 동행, 제자도, 열정과 헌신, 지상명령, 전도와 선교, 성령충만, 하나님 사랑...
제가 오래전에 참석한 집회의 어떤 목사님은 강단에 서기만 하면 “하나님 사랑합니다.” 라고 세 번 크게 외쳤습니다. 설교할 때에도 그렇게 하시고, 광고할 때에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3일 집회 내내 그 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니, 점점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그 교회에 잠깐 참석하고 있는 저도 그렇다면, 그 교회를 다니고 있는 성도들은 얼마나 더 그렇겠습니까? 그런데 그 목사님은 아무튼 그렇게 해서 큰 교회를 이루고 열심히 목회를 하고 계셨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로 모여야 하지, 목회 기술로 하면 안 됩니다. 목회 기술로 신자들을 교회에 매이게 하는 것은 예수님의 뜻이 아닙니다.
참된 신앙과 제자도는 사람을 구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짜 신앙과 제자도는 사람을 구속하고 매이게 합니다.
예수님은 이 여인을 자기의 삶으로 평안히 돌려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직접적으로 자신을 따를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자기의 길을 가고, 자기의 일을 하고, 자기 선택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제자도입니다. 자신의 삶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잘 살아가는 것이 제자도입니다. 그것이 목회인 사람은 목사가 되고, 그것이 사업인 사람은 사업가가 되고, 그것이 음악인 사람은 음악가가 되고... 우리는 거기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이나 삶의 의미로 귀결되지 않는 진리나 가르침은 가짜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삶을 빼앗는 분이 아니라, 새 삶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우리를 구원하시고 회복하셔서 우리의 삶으로 보내십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면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십니다. 우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우리는 그의 제자가 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세워지면 우리는 그분의 영광의 찬송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돌아가 우리 삶을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무엇에 매이지 마시고 오직 하나님의 뜻과 말씀과 인도하심에 매이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삶 속에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예수의 제자가 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