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와 오병이어 (1)
막 6:31~44
2024.05.10.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오병이어 기적은 복음서의 대표적인 기적입니다. 유일하게 4복음서에 다 나오는 기적이죠.
그래서 이 기적이 굉장히 큰 사건이다 보니, 오병이어라는 말 자체도 오늘날까지 굉장히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도 오병이어은혜교회가 있는데, 오병이어 교회도 많고, 오병이어 떡집도 많고, 오병이어 기독교 쇼핑몰도 있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도 웬만하면 오병이어를 압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많은 분들이 이 기적이 유명한 사건이고 중요한 기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정작 왜 유명하고 중요한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오천명을 먹이신 놀라운 기적이어서 중요할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놀라운 기적은 오병이어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연한 말이지만, 이 사건과 기적이 유명하고 중요한 것은 여기에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설교는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오병이어 사건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이 사건이 예수님 공생애의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다른 복음서보다 요한복음이 비교적 잘 말씀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이 기적을 전후해서 예수님의 사역 패턴과 방향이 뚜렷이 달라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예수님의 사역은 주로 대중 사역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시고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제자들을 파송하시고...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대중 사역을 통해 가급적 많은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그런데 이 오병이어 기적을 본 대중들이 예수님을 자신들의 왕과 지도자로 삼으려 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자신들의 빵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예수님을 통해 로마와 예루살렘을 향하여 정치 군사적인 반란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당시 힘들고 지친 대중들은 자신들을 위한 혁명적인 지도자를 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길을 거절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왕으로 세우고 빵과 떡을 쫓을 것이 아니라, 인자의 살을 먹고 인자의 피를 마셔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따르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게 됩니다. 이때 제자들마저 흔들렸습니다. 예수님은 ‘너희도 가려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행히 베드로가 믿음의 고백을 하면서 제자들은 남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오병이어 사건 이후 예수님의 사역의 패턴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예수님은 대중 사역을 중단하시고, 남아있는 소수의 제자들에게 집중하시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십자가를 향해 본연의 길을 가시게 됩니다.
한편, 이 사건은 예수님의 사역 내부적으로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오병이어 사건 후 요한복음 7:1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다니시고 유대에서 다니려 아니하심은 유대인들이 죽이려 함이러라.”
오병이어 기적은 소외받고 외면받던 가난한 백성들의 빵과 떡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와 예루살렘 당국은 이제 예수님을 잠재적인 위험인물이 아닌 구체적인 위험인물 1순위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노골적으로 예수를 체포하고자 했고 헤롯도 예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사정을 잘 아신 예수님은 자신의 행보를 조심하시게 됩니다. 갈릴리를 떠나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가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자신의 최후를 맞이해야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병이어 사건은 이렇게 예수님의 공생애에 있어 뚜렷한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내부적으로 그 사건은 예수님의 사역을 소수의 제자들에게 집중하는 사역이 되게 했습니다.
아울러 외부적으로 그 사건은 예수님을 위험한 정치적인 인물로 부각시킨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오병이어 기적은, 예수님의 공생애에 있어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사건으로 4복음서에 모두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오병이어 사건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이 기적이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는 이 기적의 순수성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기적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하죠. 어떻게 그런 기적이 가능할 수 있는가? 네, 저도 이 기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떤 학자는 이것이 놀라운 기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먹을 것을 꺼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개인 생각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것이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이것이 복음서의 대표적인 기적이 될 수 있겠습니까? 거기 있던 사람들이 예수를 왕으로 삼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 사건이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 기적은 수많은 사람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함께 목격한 일입니다. 그것이 가짜라면, 예수님의 부활도 가짜고, 다른 기적들도 가짜고... 기독교 신앙 전체가 가짜가 됩니다.
그러므로 정직히 말한다면, 이 기적을 믿기도 어렵겠지만 부인하거나 의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우리는 이 기적을 성경 말씀대로 믿는 사람인데, 그러면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왜 이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셨는지... 그 이유와 동기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왜 이 기적을 행하셨을까요?
예수 영화를 보면 그 장면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끝나고 식사 때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다들 앉아만 있고 아무도 밥 먹을 생각을 안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때는 유월절 명절 기간이었습니다. 그런 명절에 그 사람들이 거기 벳새다에 있었다는 것은 그들이 돈이 없어 예루살렘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이죠. 목자도 없고 돈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 그래서 예수 영화는 예수님께서 그런 그들을 둘러보신 후에 이 기적을 베푸시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이 기적을 베푸신 직접적인 이유는 그들의 가난과 배고픔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어려운 사정과 현실을 외면하실 수 없으셨습니다.
인간에게 밥 한 끼가 중요하죠. 인간은 빵과 떡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시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이 문제를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셨습니다.
왜 이 문제를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시고자 하신 걸까요?
네, 그것은 이 땅에 임한 하나님의 나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미래에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올라가 함께 먹고 마시는 그날의 잔치를 보여주고, 아울러 하나님의 나라 안에서 인간의 빵과 떡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아울러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아시고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도 보여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옛날에 교회에 간다고 하면, 누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지 않습니까? “교회 가면 돈이 생기나 떡이 생기나?... 예수 믿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예, 맞습니다. 교회 가봐야 돈도 생기지도 않고 떡도 생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헌금하고 교회 일하고 여러모로 손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오늘 이 오병이어 사건을 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영혼만 구원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의 빵과 떡 그리고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영혼 구원도 중요하고 천국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도 결코 그 중요성이 작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먹고 사는 문제는 당장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가 그 문제와 무관하다면, 우리의 신앙은 현실성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그 문제 위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고 성실히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고, 일용할 영육간의 양식을 내려주시는 분이심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