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의 비밀 (1)
막 4:10~11, 21~23, 26~32
2024.02.23.
오늘 설교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에 대한 말씀입니다.
여러분, 혹시 도마복음서라는 책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2010년경 우리나라에 도마복음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저자들이 도마복음에 대한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그에 따라 관련 뉴스들과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도마복음에 대한 관심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작년에는 도마복음 연구회가 국내에 출범했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도마복음서는 1945년 이집트의 나그함마디라는 곳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나그함마디는 나일강 중류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 조금 더 올라가면 유명한 룩소르가 있습니다. 그때 그곳에서 한 농부가 밀봉된 항아리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가죽으로 입힌 12권의 파피루스 코덱스가 들어있었습니다. 거기에 영지주의 관련 문서 52편, 헤르메스주의 문서 3편, 플라톤의 ‘국가’ 번역본 등이 있었고, 그 문서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도마복음서입니다.
도마복음서는 간단히 말해 예수님의 말씀을 기록한 어록집입니다.
어록집이라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만을 잠언처럼 기록한 것이죠. 복음서가 나오기 전에, 그런 예수님의 어록집이 먼저 있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때에는 어록집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치유 이야기, 기적 이야기, 고난과 부활 이야기 등이 따로 전승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복음서는 그런 어록집과 단편적인 주제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도마복음서는 그런 어록집의 일종인데, 그런데 그 내용과 관련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도마복음서의 가치를 높이 보는 분들은 그 문서가 복음서보다 더 오래된 시기에 나왔다고 보고, 그래서 도마복음서를 초기 기독교의 가르침을 담은 중요한 문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 신학계에서는 도마복음서가 만들어진 시기를 2세기 이후로 보고 있고, 그래서 도마복음서는 4복음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지주의 문서의 일종으로 봅니다. 도마복음서는 예수님의 말씀을 담고 있지만, 자기 성찰과 깨달음을 통한 구원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초기 영지주의 사상은 1세기 후반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도 도마복음서는 이렇게 후대에 만들어진 영지주의 문서로 이해하면서, 초기 기독교의 가르침과 예수님의 말씀을 보존하고 있는 중요한 문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도마복음서가 말하는 자기 성찰과 깨달음은 우리 신앙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으로 구원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믿음을 통해 구원을 얻습니다.
도마복음서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것이 영적인 지식을 깨달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 영지주의 문서가 맞다면, 우리는 작은 참고를 위해서라도 도마복음서를 볼 이유가 없습니다. 영지주의는 기독교 역사 속에서 정죄된 이단이고, 싸우기 매우 힘든 이단이기 때문입니다.
도마복음서에 대해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실까 하여 조금 길게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도마복음서를 말씀드린 이유는, 오늘 설교에서 그 도마복음서의 첫 문장을 한 번 들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단적인 가르침으로 여겨지고 있는 그 말씀이 어떤 모습과 분위기로 그 첫 말씀을 시작하는지 한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4복음서와 같이, 상당히 깊이 있는 분위기로 말씀을 시작합니다. 도마복음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는 살아있는 예수께서 이르시고 쌍둥이 유다 도마가 기록한 비밀의 말씀들이다. 그리고 그가 말씀하셨다. ‘이 말씀들의 해석을 발견하는 자는 누구든지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 ”
네, 복음서로서 상당히 그럴듯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셨다는 쌍둥이 유다 도마는 성경에서 확인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형제 중에 유다가 있고 예수님의 제자 중에 도마가 있다고 말씀합니다.
도마는 디두모라고 불리어진 것으로 봐서 그는 쌍둥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쌍둥이 동생 유다 도마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은 복음서에서 전혀 나오지 않는 내용이죠. 아마도 도마복음서는 책의 권위를 위해 예수님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가정을 하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도마복음서는 예수님이 자신의 쌍둥이 동생 유다 도마에게 비밀의 말씀을 전수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모습에서 전형적인 영지주의 문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튼 도마복음서가 시작부터 말하는 비밀의 말씀... 사람들은 그런 비밀의 말씀에 매력을 느끼죠. 영지주의는 그노시스라고 하는 그런 은밀한 영적 지식이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노시스를 소유하면 영생을 소유하게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초기 기독교 교회에 그런 무리들이 생겨났고, 우리는 그 흔적을 요한복음과 요한일이삼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거짓된 비밀의 말씀에 현혹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는 잘못된 호기심을 가지고 그런 거짓된 비밀의 말씀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올바른 호기심을 가지고 성경 안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참된 비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본문 11절에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도마복음서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말하는 비밀의 말씀과 차원이 다른, 올바른 비밀입니다. 성경 속에서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셨고 또 예수님이 비밀이라고 하셨다면 그건 정말 큰 비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비밀은 차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성격도 다릅니다.
도마복음의 비밀은 은폐의 성격만 갖지만,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비밀은 은폐의 성격만이 아니라 공개의 성격도 동시에 가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에게 주었다고 말씀하지만, 동시에 그 등불을 등경 위에 두려 한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마가복음은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서 하나, 스스로 자라는 씨 비유를 통해서 하나, 겨자씨 비유를 통해서 하나... 이렇게 총 3가지 비밀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1) 씨 뿌리는 비유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첫 번째 비밀은 하나님의 나라가 사람마다 그 성장을 달리한다는 비밀입니다.
자라는 땅이 있고 그렇지 못한 땅이 있다... 이것이 마가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첫 번째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비밀을 잘 깨달아서, 하나님의 나라가 잘 자라는 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관심이 없고 등한히 여기는 사람은 큰 비밀을 놓치는 사람이 됩니다.
2) 마가는 스스로 자라는 씨 비유를 통해 두 번째 비밀을 말씀합니다.
두 번째 비밀은 하나님 나라는 스스로 자라는 놀라운 하나님 나라라는 비밀입니다. 개인으로 볼 때 그 나라는 실패도 있지만, 전체로 볼 때 그 나라는 실패가 없다... 하나님 나라는 온전히 완성된다... 이것이 두 번째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비밀을 잘 깨달아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 확신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세상 속에 교회는 초라하고 하나님의 나라는 보이지 않고 신자들은 어리석어 보이고, 오히려 세상 현실이 더 강하고 세상 사람들이 더 현명해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마침내 이 땅 가운데 완성된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믿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3) 마지막으로 마가는 겨자씨 비유를 말씀하는데,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놀라운 풍성한 결실을 말하는 세 번째 비밀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겨자씨 한 알 같은 작은 하나님 나라가 심기지만 그것은 나중에 큰 나무가 된다... 개인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고 교회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이것은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결심을 말씀하는 세 번째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런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비밀을 믿고 믿음으로 늘 작은 씨를 심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마가는 하나님 나라의 차별적 성장과 풍성한 결실과 온전한 완성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입니다.
여러분, 영어로 비밀이란 말에는 secret과 mystery가 있는데, 이 두 단어는 어떻게 다를까요? secret은 감춰진 비밀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들으면 알 수 있는 비밀입니다. 반면에 mystery는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비밀이죠.
그렇다면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secret일까요? 아니면 mystery일까요?
네, 그 둘 다입니다. 비밀은 헬라어로 뮈스테리온인데, 영어성경은 그것을 secret이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mystery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이전까지 그것은 감춰진 비밀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그것을 드러내어 말씀해 주셨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말씀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나라가 어떻게 이 땅과 현실 속에 이루어지는지, 그 나라가 왜 차별적으로 성장하는지, 그 나라가 어떻게 세상과 연약한 우리 속에서 실패하지 않고 성장하고 완성되는지... 이런 모든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밀스런 내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말씀을 듣는 좋은 땅이 되고, 어려운 중에도 그 나라의 풍성한 결실을 믿고 살고, 그리고 그 나라의 온전한 완성을 바라보는 신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이와 같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온전히 아는 여러분과 저와 우리 교회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