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영상

무리에서 제자와 가족으로 (1)

목사 0 111 2023.12.26 14:48
무리에서 제자와 가족으로 (1)
막 3:7~19, 31~35
2023.12.22.

지금까지 우리가 살핀 마가복음을 잠시 돌아보면 이렇습니다.
1장은 예수님의 공생애 시작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어떻게 시작하셨고 처음에 무슨 일을 행하셨고... 특히 예수님은 1장에서 많은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2장은 예수님의 사역의 갈등과 대립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시작하자마자 갈등과 대립을 겪습니다. 죄를 사하는 권세의 문제, 죄인들과 어울리는 문제, 금식 논쟁, 안식일 논쟁... 이런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많은 갈등과 대립의 결과는 무엇일까요? 네, 그 결과는 3:6 말씀입니다. “바리새인들이 나가서 곧 헤롯당과 함께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까 의논하니라”
네, 그래서 만약 우리가 마가복음의 장 구분을 새로 할 수 있다면, 3:6까지를 2장으로 분류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가복음은 1장에서 예수님의 사역의 시작과 병자 치유를, 2장은 갈등과 대립 및 그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마가복음은 이제 오늘 본문부터 실제적인 3장을 시작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이 조금 길어서 중간 부분을 건너뛰었지만, 3:7부터 3장 전체가 오늘 본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내용입니다.
오늘 본문 앞에는 갈등과 대립이 있고, 뒤에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이 두 본문 사이에 위치한 한 본문으로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의 말씀으로 가는 길목이 되는 말씀입니다.
네, 길목이 중요합니다. 길목을 거쳐야 목적지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이 어째서 길목이 되는 말씀일까요?...
살펴보면 오늘 본문은 여러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단순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 열두 명의 제자, 예수님과 바알세불, 성령 모독, 예수님의 가족... 이런 여러 내용들이죠.
그런데 오늘 본문은 사실 하나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오늘 본문의 구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 앞에 무엇이 있고, 뒤에 무엇이 있는지... 그런 외부 구조에 대해선 조금 전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 본문은 갈등과 대립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말씀으로 가는 길목이 되는 본문입니다.
그러면 오늘 본문의 내부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네, 마가는 먼저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의 결과 예수님께로 나아온 많은 무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예수님을 의심하는 가족들과 또 예수님을 적대하는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서기관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진정한 가족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오늘 본문은 쉽게 말해 샌드위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샌드위치처럼 양쪽에 같은 내용을 배치하고 중간에 다른 내용을 끼워 넣은 것이죠. 기호로 표시하면 A-B-A처럼 글을 쓴 것입니다.
처음의 A는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와 열두 제자입니다. 중간의 B는 예수님을 의심하는 가족과 예수님을 적대하는 서기관들입니다. 마지막의 A는 예수님의 진정한 가족입니다.
이와 같은 샌드위치 구조는 A를 두 번 반복하여 A를 강조하고, 동시에 A와 B를 대조하여 역시 A를 강조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 본문의 구조를 살펴보면, 오늘 본문의 전체 그림이 보이게 됩니다.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의 결과 예수님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과 무리가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중에서 열두 제자를 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이들과 대비되는, 의심하는 가족과 적대자들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그 적대자들은 예루살렘 즉 성전 당국이 직접 보낸 서기관들입니다. 그런 가운데 예수님은 자신의 진정한 가족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한 마디로 오늘 본문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과 열두 제자와 예수의 진정한 가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수님을 따르는 그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예수님의 진정한 가족이 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의심하고 적대하는 사람들과 대조를 통해서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 예수님께로 나아오는 많은 무리가 있다, 그런데 이제 예수께서는 그 가운데에서 그분의 제자와 가족을 부르고 계신다. 무리에서 제자와 가족으로... 당신도 그렇게 그분의 제자와 가족 즉 그분의 inner circle(핵심 그룹)이 되기를 원하는가?”
그러므로 마가는 이와 같은 메시지와 흐름을 보여준 후, 이제 이어지는 본문을 통해 그분의 제자와 가족에게 허락되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귀한 말씀을 들려주게 됩니다.

이와 같은 오늘 본문의 의미를 알고, 오늘 본문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말씀과 치유와 축사라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갈릴리에 살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모를 수 있었겠습니까?
예수님은 전혀 새로운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또 말씀만이 아니라, 능력과 권위로 치유 사역과 귀신 축출을 하셨습니다. 그분에 대한 소문은 동네마다 떠돌고, 그분을 만난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은 갈릴리에서 큰 무리가 그분을 따랐으며, 또 갈릴리를 넘어 유대와 예루살렘과 이두매(유대 남쪽)와 요단강 건너편(유대 동쪽)과 또 두로와 시돈(갈릴리 북쪽) 근처에서까지 많은 무리가 그분을 따랐다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쫓았는데, 이때 그들은 어떤 마음과 어떤 목적으로 예수님을 쫓았을까요?
처음부터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나 메시아로 알고 믿고 그렇게 예수님을 쫓았을까요? 네, 그건 아닙니다. 아직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런 분인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그저 예수님을 어떤 놀라운 분으로 알고, 그래서 그분을 통해 뭔가 개인적인 유익을 얻고자 따랐던 것입니다. 새로운 말씀을 듣고, 병 고침을 받고,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그렇게 그들은 예수님께로 왔습니다. 그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마가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아무런 평가나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예수님을 잘 알아서 예수님께로 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자신만의 어려운 문제가 있거나 중한 병이 있거나 어떤 갈급함이 있어서 그렇게 예수님 앞으로 옵니다. 별로 어려움이 없고 걱정이 없고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은 예수님께로 잘 오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나이가 좀 들어 그분 앞에 진정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제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나아오는 이유와 목적은 대동소이합니다. 어떤 분들은 건강 문제로, 어떤 분들은 경제 문제로, 어떤 분들은 자식 문제로, 어떤 분들은 내면의 문제로, 어떤 분들은 삶의 무의미 때문에... 구체적인 이유와 계기는 달라도 다 어려움과 문제 속에서 그분을 찾게 됩니다.
물론 가까운 친구의 권유 같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예수님께로 올 수도 있습니다.

마가는 오늘 말씀에서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이유와 계기로 예수님께 나아오는 것을 담담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가가 중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다음입니다.
그분께 어떻게 왔든지 어떤 이유와 어떤 계기로 왔든지... 이제 중요한 것은 그분 안으로 더 깊이 들어와 그분과 실제 관계를 가지는 제자와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자와 가족이란 같은 의미입니다. 그분을 따르는 우리 모두는 그분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그분의 가족입니다.
그러면 제자와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네, 그분의 제자와 가족이라는 것은 그분을 내 목적과 내 이유 때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분을 그분의 목적과 이유 때문에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분을 따르는 내 목적과 내 이유가 상실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을 넘어 그분의 높으신 목적과 뜻을 따르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인생의 문제와 어려움을 가지고 나아온 사람을 모두 만나주셨습니다. 무릎 꿇은 중풍병자이든, 여리고의 소경 바디매오이든, 사마리아의 우물가의 여인이든 예수님은 그들을 모두 만나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만을 해결해주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영원한 문제와 근본적인 어려움에서 건져주시길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께로 왔다가 주변만 맴돌거나 원하는 몇 가지를 얻어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분을 진정으로 따르는 제자와 가족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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