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인과 땅의 사람들
계 6:12~17
2022.01.07.
다섯 번째 인의 죽임 당한 영혼들의 부르짖음이 끝나고, 이제 그 기도의 결과로 여섯 번째 인이 떼어집니다. 그러자 엄청난 일이 벌어집니다.
큰 지진이 나고 해가 검어지고 달이 피 같이 되며 별들이 떨어지고 하늘이 두루마리처럼 떠나가고 각 산과 섬도 제자리에서 이동합니다. 이런 엄청난 내용이 12~14절에 묘사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이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선 다음 2가지 질문을 해보아야 합니다. 첫째, 이 말씀은 문자 그대로의 말씀인가? 혹은 비유적인 말씀인가? 둘째, 이 말씀은 최후의 심판을 말하는가? 혹은 최후의 심판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
먼저 이 말씀의 의미가 문자적인지 혹은 비유적인지 알아야 하겠습니다.
만약 이 내용이 문자적인 의미라면 이것은 한 마디로 우주적인 최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됩니다. 땅에서만 파멸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과 별과 하늘에서 총체적인 파멸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말씀은 이렇게 우주적인 최후 종말을 가리키는 말씀일까요?
그러나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요한이 구약의 여러 말씀을 모아서 마치 모자이크처럼 하나로 구성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에스겔, 요엘, 하박국 등에는 이와 비슷한 말씀이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본문은 이사야 34:4입니다. “하늘의 만상이 사라지고 하늘들이 두루마리 같이 말리되 그 만상의 쇠잔함이 포도나무 잎이 마름 같고 무화과나무 잎이 마름 같으리라.”
이사야서의 이 말씀은 그때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 말씀은 당시 세상 나라들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우주적인 은유로 묘사한 말씀입니다. 다른 구약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구약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본문은 엄밀히 말해 하나님의 우주적인 최후 심판을 말하는 본문이지, 우주적인 최후 종말을 말하는 본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하나님의 최후 심판으로 이루어질 우주의 최후 종말도 궁금하긴 하죠. 마지막 최후의 심판이 이루어지고 난 후 이 지구와 우주는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과학적이고 물리적인 그런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성경을 통해 알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것을 상징적이고 비유적으로 이해한 시대에 기록되었고 또 성경의 목적은 우리의 궁금증을 채워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은 없어지고, 분명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선 우리가 다 알 수 없고 믿음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무튼 우리는 오늘 본문이 하나님의 심판을 우주적으로 말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최후의 심판인가? 아니면 적어도 최후의 심판은 아닌 그보다 작은 심판인가? ...
우리가 만약 요한계시록이 순서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본다면 이 말씀은 최후의 심판이 될 수 없습니다. 아직 일곱 째 인도 남았고, 일곱 나팔도 남았고, 일곱 대접도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한계시록의 구조에서 살펴보았듯이, 요한계시록은 반복적인 구조와 교차대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일곱 인 시리즈 자체를 하나의 완전한 하나님의 심판 사이클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심판 사이클이 일곱 나팔과 일곱 대접 등으로 계속 깊이 반복되는 것이죠. 여섯째 인의 심판을 어린양의 진노의 큰 날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따라서 오늘 본문의 이 심판은 최후의 심판이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 여섯째 인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최후 심판을 우주적인 차원에서 비유적으로 묘사한 말씀이다’
이제 이 여섯째 인의 심판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됩니다. 하나님의 심판이 세상의 여섯 개의 영역에 임하고, 또 하나님의 심판이 세상 사람의 여섯 계층에 임한다는 점입니다. 세상의 여섯 영역은 이렇습니다. 땅과 해와 달과 별과 하늘 그리고 각 산과 섬. 세상 사람의 여섯 계층은 이렇습니다. 땅의 임금들과 왕족들과 장군들과 부자들과 강한 자들 그리고 모든 종과 자유인.
세상을 왜 여섯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말할까요? 그것은 여섯 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상 사람들을 왜 여섯 계층으로 나누어 말할까요? 그것도 여섯 계층으로 이루어진 세상 사람들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이와 같이 불완전한 세상과 불완전한 세상 사람들을 이렇게 심판하시는 것입니다.
한편 오늘 본문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어떤 특정한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13절의 ‘땅’과 15절의 ‘땅의 사람들’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세상을 땅으로 말하고 세상 사람들을 땅의 사람들로 말합니다.
여기에 우리는 요한계시록이 이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보는 영적인 시각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은 땅을 중심으로 한 세계라는 사실입니다.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이는 땅만 바라보고 보이지 않는 하늘의 하나님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그들의 시선은 땅에 고정되어 있고, 땅은 그들의 바탕이자 나아가 모든 우상숭배의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그들 삶의 중심과 근원인 땅을 이렇게 철저히 심판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 같은 말씀을 하는 오늘 본문을 통해 한 가지 큰 교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세상 사람들과 같이 땅에 거하는 자들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사고와 시선이 한 치도 땅을 벗어날 줄 모르고 그렇게 이 세계를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나 자신이 철저히 땅의 질서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나님의 뜻보다는 이 세상에서 성공하고 잘 되는 방식을 따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세상살이엔 밝지만 하나님에 대해선 어둡고 무지한 것이 아닌가...
만약 우리의 삶이 그렇다면 우리는 교회를 다녀도 실제로는 땅에 거하는 자들인 것입니다. 땅에 거하는 자들은 하나님의 심판 때 땅과 함께 망하고 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루하루 땅에 거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영적인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오늘 본문은 땅에 거하는 사람들을 여섯 계층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섯 계층은 또 두 부류로 나누어집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는 모두 당시 로마제국 사회의 지배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땅의 임금은 로마에 예속된 식민지의 왕들이죠. 왕족이란 표현은 로마의 정치 권력자와 귀족을 가리킵니다. 장군들은 로마 군대의 사령관이나 천부장들을 말하죠. 부자들과 강한 자들은 그밖에 로마사회의 권력과 부를 가진 지배층을 말합니다. 이들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을 거부하고 우상을 숭배하며 자신의 힘과 권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지배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땅의 지배층을 하나님이 자신의 심판의 대상으로서 세밀하게 구분하시는 것은 그들에게 엄중한 죄를 물으시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이 세상의 악과 우상숭배와 불의를 주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섯 번 째에 또 다른 부류가 있는데 모든 종과 자유인입니다. 이들은 분명 지배층이 아닌 사람들로서 앞의 다섯 지배층과 구별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배층의 세밀한 구분과 다르게 그저 뭉뚱그려 하나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이것은 그들 안에서는 세밀한 구분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그저 하나로 분류되어도 충분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이들의 의미가 한 마디로 땅의 지배자들의 협력자요 동조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두려움이나 혹은 개인적인 이익 때문에 불의한 땅의 지배층에 협력하는 모든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요한계시록의 영적인 구별을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시대나 세상엔 지배층이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이나 사고는 일반 사람들과 다릅니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그런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혹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고 양심은 어둡고 자신의 힘과 권력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지배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또 그들 삶의 구조적으로 하나님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하나님이나 신을 생각하고, 양심도 살아있고, 비록 개인적인 죄와 불의를 저질러도 구조적인 차원에서 죄와 불의를 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결국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들이 땅의 지배층에 협조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나 저나 이 땅의 지배층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들과 하나가 되거나 그들을 따르거나 그들을 닮아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작은 이익이나 출세를 위해 이 땅의 어두운 지배자들과 손을 잡고 그들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 혹시 내가 높아져도 그런 지배자 모습을 해선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따르는 하나님의 종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말씀을 맺고자 합니다.
여섯째 인은 마지막 날 하나님의 우주적 심판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사는 동안 땅에 거하는 자들이 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가 세상과 땅의 모습과 질서에 자꾸 동화되어 가면, 그날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양심을 버리고 돈 중심으로 살고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고 이 땅의 영광과 성공과 출세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땅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신자는 이 땅과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삶과 다르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거룩한 고민과 믿음으로 이 마지막 때를 하루하루 헤쳐나가는 여러분과 제가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