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여자의 싸움
계 12:1~6
2022.04.29.
만약 요한계시록을 1부와 2부로 나눈다면 요한계시록의 1부는 11장으로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나팔인 일곱째 나팔이 불리어졌고 하나님의 나라는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본문인 12장은 1부의 메시지를 보다 심화시켜 다시 시작하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요한계시록의 2부가 시작되는데, 그 심화된 메시지의 첫 번째 내용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악의 실체입니다. 악의 실체는 1부에서 암시되었지만 다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우리는 앞서 다섯째 나팔에서 무저갱이 열리고 메뚜기 떼로 표현된 악한 영들이 연기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여섯째 나팔에서 결박된 네 천사가 놓이고 악한 영들이 군대처럼 세상을 휩쓰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또 우리는 한 짐승이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두 증인을 패배시키고 죽이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악은 이 땅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악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러므로 12장부터 시작하는 요한계시록 2부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하여 그 악의 실체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네, 그 악의 실체는 바로 붉은 용으로 상징되는 사탄입니다. 개인의 악을 비롯하여 모든 악의 역사와 악한 왕들과 악의 제국의 배후에는 이 사탄이 있습니다.
사탄은 어떤 신화나 종교적 상상이 아닙니다. 사탄은 성경이 누누이 말씀하는 악의 실체입니다.
한편 우리는 요한계시록을 단순히 1, 2부의 구조가 아닌 교차대구 구조로도 보아야 합니다. 교차대구 구조로 본다면, 일곱 나팔과 일곱 대접 사이에 있는 12:1~15:4은 요한계시록의 가장 중심부에 해당됩니다. 요한계시록의 중심부라는 것은 여기에 요한계시록의 가장 치열한 핵심 내용이 들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요한계시록의 가장 치열한 핵심 내용은 무엇일까요? 네, 사탄과의 싸움입니다.
이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은 일곱 개의 내용으로 나누어집니다.
1) 12:1~17 용과 여자의 싸움
2) 13:1~10 바다에서 나온 짐승에 의한 박해
3) 13:11~18 땅에서 올라온 짐승에 의한 박해
4) 14:1~5 시온 산에 서 있는 어린 양과 십사만사천
5) 14:6~13 세 천사가 선포하는 복음과 심판
6) 14:14~20 거두어지는 땅의 곡식과 땅의 포도
7) 15:2~4 성도들의 승리의 노래
네, 이상과 같은 일곱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일곱 내용의 제목만 들어봐도 전체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이 갑니다.
이 중에서 오늘 우리가 살펴볼 내용은 첫 번째인 용과 여자의 싸움입니다.
12장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옷 입은 한 여자가 있는데...” 이 여자는 해를 옷 입고 발아래엔 달이 있고 머리엔 열두 별의 관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여자의 모습은 이 여자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해와 달과 열두 별... 이런 이미지가 성경 어디에 나와 있을까요?
네, 바로 창세기 요셉의 꿈에 나옵니다. 해는 야곱을, 달은 레아 혹은 라헬을, 열두 별은 야곱의 열두 아들을 상징합니다. 야곱과 그의 열두 아들은 이후 이스라엘 민족이 되죠. 그러므로 해와 달과 별로 묘사된 이 여인은 이스라엘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이 이스라엘은 단순한 민족적 이스라엘은 아닙니다. 그것은 12:17을 보면, 이 여자의 자손을 설명하기를,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증거를 가진 자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이스라엘은 구약과 신약을 포괄하는 영적인 이스라엘이자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의 정체를 알고 이제 2절로 넘어가면, 이 여자가 아이를 배었다고 하는데 그 아이가 누구인지 우리는 잘 압니다. 그 아이는 바로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고 여자가 아이를 낳는 해산의 고통은 이스라엘이 메시아를 기다린 오랜 박해와 고난의 역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편, 요한은 3절에서 하늘의 또 다른 이적을 봅니다. “보라! 한 큰 붉은 용이 있어 머리가 일곱이요 뿔이 열이라. 그 여러 머리에 일곱 왕관이 있는데”
이 말씀에 나오는 드라콘이라고 하는 용 혹은 뱀은 바다 괴물입니다. 용은 본래 이스라엘을 박해하는 악한 나라를 상징하는 구약성경의 용어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베헤못과 리워야단도 같은 의미의 바다 괴물이죠.
이 바다 괴물이 상징하는 악한 나라는 과거엔 대표적으로 애굽과 바벨론이었고 요한 당시에는 로마입니다. 그런데 이 바다 괴물은 단순히 악한 나라를 상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탄을 상징합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을 박해하는 그 악한 나라의 배후엔 사탄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용은 붉은 용입니다. 그가 앞으로 내세울 짐승과 음녀도 모두 붉은 색깔입니다. 용이나 짐승이나 음녀의 이런 붉은 색은 피를 의미하고, 그래서 이 붉은 색은 성도들을 피 흘리게 하는 그들의 흉폭한 모습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 용은 일곱 머리와 열 뿔과 일곱 왕관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곱 뿔을 가진 어린 양을 패러디한 것으로, 자신을 완전한 능력과 권세를 가진 존재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4절에서 용은 그의 꼬리로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2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 내용을 태고 적에 사탄이 천사들을 꾀어 타락하게 한 사건으로 보는 해석입니다. 성경에는 그런 내용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몇 군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7절에 나오는 용의 사자들은 사탄에 의해 타락한 천사들일 것입니다.
둘째는, 이 내용을 사탄이 영적인 이스라엘인 성도들을 공격한 의미로 보는 해석입니다. 별은 지상의 성도들을 대리하고 대표하는 천사들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용이 하늘의 별 삼분의 일을 땅에 던졌다는 것은 용이 성도들 삼분의 일을 꾀어 무너뜨렸다는 의미가 됩니다.
용의 그런 속임수와 박해는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 출생 직전에 일어납니다. 그 박해가 역사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박해였는지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기 및 귀환 이후 시기 전체가 박해와 타협과 타락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탄은 메시아 출생을 앞두고 그렇게 혹독하게 하나님의 백성을 공격했던 것입니다.
이상의 2가지 해석은 모두 가능한 해석입니다. 그런데 문맥을 고려하면 두 번째 해석이 보다 적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4절 후반을 보면 사탄은 해산하려는 여자 앞에서 그 아이를 삼키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복음서를 통해 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탄은 그분의 출생과 공생애와 십자가 배후에서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거의 성공했습니다. 예수님이 마침내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절은 사탄의 계획과 시도가 결국 실패했음을 말합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고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래서 사탄은 결정적 패배를 당하고 이제 남은 것은 여자를 박해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용은 이제 여자에게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이상이 오늘 본문에 대한 설명과 해석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와 같은 오늘 본문을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네, 오늘 본문에는 한 가지 뚜렷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본문에 나타난 악의 실체입니다.
여러분, 교회는 악의 실체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교회의 또 다른 사명입니다. 교회는 구원의 성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악의 실체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의 현실이나 현실 정치나 문제보다 그 배후에 있는 악의 세력을 보아야 합니다. 사단은 항상 정치와 권력과 돈과 물질과 시대와 문화를 이용하고 그 배후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 교회가 현실 정치에 휩쓸리고 있는 일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교회는 보수정권의 편도 아니고 진보정권의 편도 아닙니다. 교회는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닙니다.
우리는 정치와 권력을 분별하고, 시대를 분별하고, 사람을 분별하고... 이 세상과 사람들을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나라의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런 우리의 영적인 분별이 분명할수록,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예수님은 자신을 막아서는 베드로에게서 사탄의 역사와 그림자를 보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사단아 내 뒤로 물러서라고 무섭게 책망하셨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통령 당선인과 여러 정치인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성황을 이룬 부활절 예배는 예배 후 그분들에 대한 많은 찬사와 축사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안타깝게도 지금 많은 교회와 신자들이 특정 정치색을 가지고 현실 정치에 점점 더 깊이 참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명은 세상과 악의 세력을 분별하고, 세상 가운데 구원의 성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수라고 지지하고 진보라고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 결정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올바른지 잘 분별해야 합니다.
아무쪼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분별력을 주시고 특히 악의 실체를 분별하는 능력을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