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십자가를 지고 (1)
막 8:31~9:1
2024.09.06.
오늘은 예수님께서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두 번째 말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 말씀은 바로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지금 주일설교에서 사도바울의 십자가의 도에 대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통해 십자가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십자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예수님 하면 십자가이고, 기독교 하면 십자가이고, 교회 하면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이 아무리 훌륭하시다 하더라도 십자가 죽음 없이 과연 진정한 예수님이 될 수 있을까요? 네, 그럴 수 없습니다. 비록 인류 역사 속에 비할 데 없이 놀라운 능력을 행하시고 놀라운 사랑을 베푸시고 놀라운 진리를 말씀하셨어도, 예수님에게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없다면 진정한 예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예수님의 가장 중요한 모습이고, 기독교와 교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십자가를 말씀한다는 점에서 오늘 본문은 중요합니다.
십자가 관련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2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메시아인 자신은 십자가 고난과 죽음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너희도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예수님의 말씀은 매우 중요하기도 하고 엄청난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로마 및 성전 당국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예수님의 죽음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권력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중 선동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수님은 지금이라도 그 상황을 피하시려면 얼마든지 피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 십자가 죽음을 당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죽임을 당하고...”
이 말씀의 우리말 번역엔 ‘반드시’라는 헬라어가 빠져있는데, 원문엔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지금 자신이 메시아로서 반드시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해야 한다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자신들의 신앙지식과 이해 속에 메시아가 그런 메시아인줄 전혀 몰랐습니다. 제자들뿐만 아니라 당대의 누구도 메시아가 그런 메시아인줄 몰랐습니다. 모두 다 메시아 하면 다윗 왕 같고 솔로몬 왕 같은 그런 위대한 정치적 메시아를 생각했지, 십자가에서 죽는 메시아를 말하거나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이사야 53장 말씀을 메시아 예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멸시를 받아 사람들에게 버림받았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 말씀을 메시아 예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은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매우 거칠고 무례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 이렇게 우리말 번역은 베드로의 행동을 매우 순화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원문이 말씀하는 베드로의 행동은 예수님을 붙들고 옆으로 가서 꾸짖듯이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과 태도는 베드로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꾸짖으실 때에 제자들을 보시며 베드로를 꾸짖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때 베드로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런 말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메시아는 메시아가 아니다... 살아서 저들을 몰아내야지 죽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죽으러 예루살렘에 간다니 제정신인가?...’ 아마 베드로는 이런 격한 말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예수님은 죽음만 말씀한 것이 아니라 부활도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베드로와 제자들은 부활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부활은 아직 제자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죽으신다는 그 내용만 듣고 이렇게 심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가장 엄격하게 대답하셨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예수님은 자신의 십자가 길을 가로막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향해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이게 무슨 말씀이죠?
네, 너희도 실제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당시 십자가는 내란이나 반역 같은 중요 정치범을 위한 처형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할 때, 그들은 자신도 예수님처럼 십자가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것이 제자의 요건이고 구원의 요건이라는 말씀입니다.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
정말 두려운 말씀이죠. 자신만 죽는 것이 아니라, 너희도 죽어야 한다고 말씀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희는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아니 이렇게 고생하며 따라다닌 제자들에게 이런 비참한 결말을 말씀하시다니...
저는 그때 제자들이 도망가거나 예수님을 떠나지 않은 것이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이 예수님의 말씀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나도 거기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직접 들은 제자라고 여기고, 나는 그 말씀 앞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무엇이고, 나의 십자가는 무엇인지...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예수님을 따라갈 수 있는지... 십자가는 그럴 가치가 있는지... 여러모로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대개 우리는 믿는 자로서 십자가를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믿는 많은 분들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는 알지만 자기 십자가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만 생각하고 자기 십자가는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잘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보면, 자기 십자가를 모르는 사람은 결국 예수님의 십자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내 십자가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모르는 사람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하고 구원도 안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가 무엇인지, 나아가 자기 십자가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아는 것은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닌, 실천적으로 아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자기 십자가의 의미와 그 실천적 적용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